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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31 22:01
어느 교회의 멋진 주일
 글쓴이 : 담임
조회 : 679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겨우 치웠던 눈들은 다시 길을 얼어붙게 한다. 내일 주일을 준비하는 목사는 하염없이 창밖에 눈만을 바라본다. ‘저 눈이 그치기만 하면 빨리 치워야지’ 눈의 낭만은 사라지고 오직 내일 주일에 예배드리러 올 성도들의 안전만을 생각하며 눈이 멈추기를 기다린다.

토요일 오후, 언제나 한산했던 교회가 분주하다. 가끔 한 가정씩 나와서 청소하던 교회에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교회 뒤편에 모니터용 텔레비전을 달고 의자아래 가방 걸이를 단다. 그리고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재를 사와서 깔아 놓는다. 지난 오년간 목사가 했던 일들, 아니 목사가 하지 못하는 일들이 토요일에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 청소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식당에서 뚝딱거리는 요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심을 같이 나눠 먹는다. 그리고 또 오후에 교회의 여러 구석을 돌아보며 치우고 손질하고 관리한다. 그리고 저녁에도 교회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 참 신기한 토요일이다. 개척한지 오년된 교회에서 처음 맞이하는 그저 신기한 토요일이었다.

주일아침, 피아노 반주 소리가 들린다. ‘아차, 벌써 1부 예배가 시작되었구나.’ 급하게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다. 9시 예배를 준비하러 벌써 나와 찬송가 반주를 연습하고 있다. 어제 내린 눈으로 길은 얼었고 날씨는 추웠고 모든 것이 어수선했다. 담임목사는 건강이 좋지 않아 건드리면 딱 짜증내기 좋은 그 상태이다. 상황적으로는 모든 것이 좋지 않다. 그런데 항상 하나님의 은혜는 그럴 때 나타난다.

아침 9시, 1부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이 재잘 거리며 옹기종기 모여있다. 보통 10시 50분이 되어야 기지개를 켜던 교회의 아침이 빨라졌다. 매 주일 4명, 많아야 7명 정도 예배드리던 1부 예배가 아이들로 많아지니 설교자의 메시지에 힘이 실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얻고 있었다.

눈발이 흩날리며 산야가 온통 하얀 들판사이로 청주에서 수원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한 가족이 예배를 드리기 위해 달려온다. 이 교회의 기쁨이며 사랑이며 자랑인 가정이다. 서울의 변방 정릉에서 한 가정이 미끄러운 눈 길을 조심스레 달려온다. 두 주 전에 등록한 초신자 가정은 동탄에서 기쁨으로 달려온다. 이 교회의 아침의 모습이다.

군생활을 마친 형제가 마치 고향에 돌아오듯 가정에 돌아오듯 교회로 돌아왔다. 토요일 오후 형들과 함께 놀다가 찜질방에서 잤다면서 번들거리는 얼굴로 세 형제가 나타났다. 열열한 환영, 따뜻한 사랑, 이것이 교회이고 이것이 가정이다.

몸이 아픈 담임목사를 대신해서 부교역자들이 힘차게 말씀을 전한다. 담임목사보다 더 나은 부교역자들이 있다는 것은 이 교회의 신기한 현상 중에 하나이다.

이날은 두 개의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날이었다. 성찬식을 통해서 우리는 이제 주님 안에서 하나임을 고백하며 한 언약 안에서 한 백성임을 고백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 안에서 언약 안에서 우리는 하나됨을 고백했다. 이렇게 한 가족이 되었다.
 
눈발이 날리고 길은 얼어붙고 모든 것이 어수선한 어느 교회 주일 아침, 이날 하나님께서는 새가족을 10명이나 보내 주셨다. 인천에서 믿음생활하시다가 사업체를 우리 동네로 옮기면서 오신 집사님 부부, 동네에 사는 청년 커플, 그리고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온 두 명의 엄마들이었다.

아기 엄마들은 예수님을 처음 믿는 새가족이다. 요즘 이 교회에는 이런 새가족들이 많이 온다는 것이 사뭇 신기하다. 함께 만나는 동네친구가 이 교회 성도인데, 그가 교회에 다니면서 그 자신이 변화되고 가정에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교회에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변화가 복음이며 전도며 은혜이다. 이들의 고백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교회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닌 가보다.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춥고 어설픈 것 같은데 거기에서 보이지 않는 작은 믿음의 싹들이 움트고 있는 것이다. 이 교회의 카페에서는 오후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서로의 만남을 축복하며 감사하며 기뻐하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어수선하다. 그러나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우리 교회의 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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