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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15 18:48
꽃샘추위
 글쓴이 : 담임
조회 : 954  
봄이 온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아직도 겨울 옷을 입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이 터지고 있지만 내 곁을 스쳐가는 바람은 차갑기만 합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따스함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에는 아마도 큰 차이가 있나 봅니다.

꽃샘추위, 꽃이 피는 것을 시기하는 추위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봄이 오는 것이 싫어서 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날을 시기하는 겨울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해야 할까요? 겨울의 추위는 끝을 모른다는 절망을 주지만 꽃샘추위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기에 희망이 됩니다.

올 3월, 봄이 오는 문턱에서 교회 개척이후 가장 큰 시련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교회건물이 경매로 진행되어 보증금을 다 날렸습니다. 그리고 새주인이 이사 나가라고 해서 새로운 건물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인테리어비용까지 다 날아갈 상황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상황 속에서 세입자의 곤고함과 ‘을’의 연약함을 수도 없이 경험해야 했습니다.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은 후 새주인이 남으라고 해서 그나마 타격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간단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던 2층 식당도 없어지기 때문에 주일식사와 그곳에서 모이는 소그룹들에 대한 대처도 필요했습니다. 개척이후에 최고의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세상 사람들이 갖는 사고들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돈입니다. 돈과 이익 앞에서 날마다 바꿔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업하는 우리 성도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마음에 남은 상실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또 다른 도전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더 앞으로 전진할 것입니다. 상실감이 오히려 희망이 됩니다. 그리고 시련이 있는 곳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후일을 위해 이번 일을 지나면서 느낀 점들을 기록해 두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경험된 것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며 돈이 된다면 몇 번씩이라도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며, 돈을 넘어 설 수 있는 관계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메말라 가는 가 봅니다. 예전보다 경제성장은 더 이뤘지만 더 행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금전적인 손해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단 한번도 소리를 높이거나 그들을 강하게 몰아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렇게 해도 달라질 상황은 아무것도 없으며 얼마의 이익을 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수 있기에 최대한 교회로서의 품격을 가지고 대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교회의 이미지는 더 좋아지고 지역에서의 평판도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쓰린 속을 누가 다 알겠습니까?  우리의 보상은 하나님께 옴을 믿기에 그렇게 행할 뿐입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녹녹치 않습니다. 말씀을 배워 아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완전하지도 않고 늘 허물이 많지만 최소한 그렇게 살려고 노력은 해 봐야 할 것 같아 우선의 이익보다는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풀어가고자 했습니다.

개척 때의 겨울 찬바람은 무척이나 강했습니다.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어 추위는 더욱더 크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러나 이번 꽃샘추위는 달랐습니다. 이 추위는 넉넉히 견뎌낼 수 있는 추위이며 머지않아 봄이 오는 것을 알기에 겨울이 마지막으로 시샘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견뎌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끝이 보여야 합니다. 언젠가 끝이 날 줄 모르는 싸움은 우리로 깊은 절망에 빠지게 합니다. 마치 기초가 없어 두 발이 점점 수렁에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두 번째는 함께 짐을 나눠지는 동역자가 있어야 합니다. 작은 짐이라도 나눠 져 줄 친구가 있는 사람은 힘든 인생을 사는 동안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었기에 우리는 능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솔로몬은 전도서에서 인생의 폐단 중에 하나는 학대받고 고통당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들에게 위로자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날 동안 인생의 짐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짐의 무게로 힘들고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정작 더 슬픈 것은 그 짐을 함께 나눠지거나 힘든 무게로 버겨워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위로자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까지 내가 배우고 깨달은 진리 중에 하나는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나를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사람들을 통해서 나에게 임했으며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자산이며 선물은 나의 주변에 가장 귀한 동역자들과 친구를 허락하신 것입니다.

개척 때 하나님께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참 많은 분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교회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내게 주신 이 복이 부모님의 기도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려움도 컸지만 그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하나님께서는 좋은 동역자들을 통해 주셨습니다.

개척이후 두 번째 어려운 시련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보증금을 다시 마련하여 새 주인과 재계약을 하고 조금 더 올랐지만 월세계약도 마쳤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2층의 공간만큼 소그룹실을 확보해야 하기에 기도하면서 게스트룸도 구비하게 되었습니다. 주일에 성도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나눔 할 수 있는 최소의 공간이 확보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시와 때마다 필요들을 채우시고 도울 동역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감사가 넘칩니다.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재능과 은사와 물질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으로부터 왔음을 고백합니다.

개척 3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점차 교회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개척이후 주일마다 교회 문 앞에서 성도들이 올까, 오늘은 몇 명이라도 와서 함께 예배드릴 수 있을까라는 피가 마르는 고통으로 기다리던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몇 명이 오더라도 우리 성도들이 온다는 확인이 있습니다. 개척초기에는 나 혼자 모든 일을 감당했지만 지금은 나와 함께 하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처음 개척할 때는 나를 사랑하고 귀히 여겨주던 이전교회 성도님들과 동역자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이번의 어려움은 나의 주변의 동역자들과 더불어 우리성도들의 기도와 헌신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지, 세입자로서의 불안요소가 완전히 제거된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하고 확실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는 어떤 고비가 와도 넘어 설 것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함께하는 동역자가 힘이며 능력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통해 일하십니다. 그리고 사람을 통해 위로하시고 사람을 통해 힘을 주십니다. 그리고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되었습니다. 시련보다 더 큰 위로와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꽃샘추위를 지나왔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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