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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19 20:45
글쓴이 :
담임
조회 :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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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의 시간이 지나고 해산의 날이 왔다. 아기가 생기기 전부터 해산의 날, 그리고 이후 한달이 지난 오늘까지 생각해보면 하나님은 우리 가정에 새생명을 주신 것에 덤으로 ‘믿음’을 주셨다. 이 글은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하나님께서 믿음의 훈련을 시키셨던 과정을 쓰고자 한다.
결혼을 하고 아기가 선뜻 생기지 않아 조급함에 마음앓이를 할 때였다. 정작 하고싶은 기도는 “아기를 선물로 주세요”였지만 직접적으로 “주세요!”하면 왠지 더 실망하게 될 것 같아 주저할 때였다. 그래도 마음으로 ‘하나님 아시지요..’하는 금요기도의 어떤 날 “믿음의 어미가 되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하게 되었고, 그 기도는 “하소서..”라는 말로 뱉어졌지만, 왠지 “믿음의 어미가 되거라”라는 권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주말에 임신이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 후로 나는 권면처럼 시키셨던 그 기도를 마음에 담아두게 되었다. 믿음의 어미!
믿음의 어머니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입덧의 고단한 때도 지나고, 한참 아기 성장에 대해 체크를 할 때 기형아검사는 제끼는 것이 믿음의 어머니의 자세일까 싶어 남편과 상의 끝에 이런저런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검사들을 생략했다. 우리하나님이 누구신데, 아기는 건강하겠지. 일말의 불안함을 애써 눌러보며 나름 믿음의 어머니의 단단하고, 여유있는 모습을 가져보려고도 해보았다. 아기는 믿음대로(?) 잘 성장했다.
자연주의 출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거의 막달쯤에 아기가 거꾸로 위치해있어서 어쩌면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남편은 때가되면 아기가 제자리로 돌아가서 우리가 원했던 대로 자연출산을 할 수 있을 거라며 믿음을 가지라고 다독였고, 아기는 남편의 믿음대로(?) 37주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예정일도 훌쩍 넘고 41주가 되어 가는데 배는 아직도 위로 솟고 아기는 나올 생각도 안했다.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하고, 교회 성도들과는 매주 마지막 인사했는데 또 주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항상 눈앞의 일들은 안개와 같이 뿌옇기만 하다. 제풀에 지쳐있을 때쯤 아기는 41주(자연출산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데드라인)되는 날을 이틀 앞두고 신호를 보내왔다.
본격적인 진통이 오고, 초반에 어느정도 견딜만한 고통이 있었을 때 어렴풋하게 잠이 들었다. 잠 속에서 고통을 느꼈다 말았다 하던 중, 찰나의 순간 누군가 나를 깨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흔들어서 깨우는 것이 아닌, “정신 바짝 차려라. 이제부터 내가 함께 할꺼야!”라는 메시지를 동반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진통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구토를 하며 방바닥을 기어다니는 정도가 되었다. 내 입에서 갑자기 나오기 시작한 소리는 시편 23편 말씀이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시로다/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주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진통이 올 때마다 애원하다시피 말씀을 암송하다보면 진통이 지나가있고, 나는 그 말씀에 기대어 버티고 있었다. 남편은 진통하는 내 등을 쓰다듬어주며 “주여”를 수백번은 읊조렸다. 그렇게 시편말씀과 주님의 이름으로 24시간이 지났다.
아기를 기적처럼 만나고, 다시 입원실로 돌아와 쉬면서 첫 밥상을 대했다. 그 입원실, 그 침대는 몇 시간 전에 정신없이 진통하던 방이었고, 밥을 한술 입에 물자 목이 메어왔다. “하나님.. 하나님이 하셨군요. 정말 말씀이 나를 잡아주었군요. 하나님 말씀이 아니었다면 나는 못했을 것이군요. 이것이 말씀의 힘이군요” 남편과 함께 한참을 울었다.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아기를 만나서이기도 했고, 내 생애 어쩌면 처음으로 말씀의 힘을 생생하게 경험한 날이었다. “출산의 시간이 축복의 시간이 되게 하소서. 믿음이 업그레이드되는 시간이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하면서, 고통이 없이 짠!낳고, 믿음대로 되었다는 말을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극심한 고통 중에 말씀을 의지하며, 함께하는 하나님을 경험함으로써 말씀의 능력을 믿게 되었다.
지금은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며 작은 아기를 돌보고 있다.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든 것을 내게만 매달리며 앵앵대는 아기를 보니 두려워진다. 내가 보호자라니. 그리고 나 역시 하나님께 다가가 앉는다. 나는 어찌할 바가 없으니 하나님 함께하소서. 믿음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하나님의 손만 바라보며 오히려 이렇게 연약해지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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