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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20 13:51
'엄마'와 '어머니'의 차이
 글쓴이 : 행정간사
조회 : 224  
열두광주리교회 칼럼 –  '엄마'와 '어머니'의 차이 / 남윤우성도

 한참을 고민했다. 이런 거로 연락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고 짜증 났다. 그래도 이 방법밖에 없는 거 같아서 카톡을 보냈다. “엄마 나 소원이 있어”. 보낸 지 얼마나 지났을까? 퇴근 직전이라 정신없는 시간인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뭔일이야! 뭔데….” 하시는 우리 엄마. 염려 가득한 낯선 목소리다.

평소에 항상 의연하고 단단한 어머니다. 내가 타지생활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쏟아낼 때도 “알지. 그래 유누 힘내라 파이팅. ”하고 어머니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단락지으신다. 힘든 이야기를 반복하면 “아픔도 슬픔도 다 너의 몫이다. 이겨내라. 다 받아내려고 하지 말아라. 그것도 미련한 거다. 대부분 사람들은 너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그만해라.”라고 매듭짓고 나를 직시하게 하시는 어머니다.

가끔은 매정하다 느끼기도 하지만 닮고 싶고 존경하는 어머니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아들의 카톡에 놀란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울렸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뭐. 뭔일인데…. 뭐 큰 게 필요하니? 왜…”
걱정이 가득 묻어있는 엄마의 목소리.
“나… 다른 거 아니고 좀 부탁할 거 있어서. 그.. 미안한데…. ”
엄마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말을 이어 나가본다.
“나… 홍차가… 너무 먹고 싶은데… 홍차 좀 사주면 안 돼요?”
“홍차?? 아니…. 야 엄마 가슴이 가라앉았다. 깜짝이야.… 왜~ 그거 너 돈 주고 사 먹어”
“아니 그냥…. 내가 사 먹을 수 있더라도 누구한테 선물 받고 싶었어요. 그리고 ‘차’ 하면 엄마 아니야. ‘차’에 대해서 배우신 분이 추천해주는 게..…”
“그냥 XXXXX 먹어. 머 어렵다고. 비싼 홍차는 한없이 비싸니까 XXX 먹어… 그리고 그런 거 인터넷에서 주문하기 힘들어…. 난 무슨 일 일어난 줄 알았네. 알았다 찾아볼게.”

이야기의 결론은 ‘알아서 먹어라’ 였지만 어머니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TWININGS 세트를 보내주셨다. 이런걸 츤데레라고하나… 싶었다. ‘어머니’는 단번에 ‘엄마’가 되어있었다. 핏덩이를 향해 뭐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데 더 못 챙겨줘서 미안하고…. 그렇지만 다가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홍차’로 어미의 체온을 전달하셨다. 고등학생 이후로 ‘너는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 살아라. 서로에게 매여있지 말자. 나도 나의 길을 걷고 너도 너의 길을 덜어내라. ’라고 말씀하신 ‘어머니'는 자신이 ‘엄마’ 인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어머니'의 모습으로 노력하지만, 종종 ‘엄마’의 모습이 튀어나온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견고하게 경계를 세워봐도 소용없는 것이 모성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툴고 어색하고 가끔은 숨기려 하지만 튀어나오는 것이다. 마치 여름 셔츠 사이로 튀어나온 흰 반소매 같은 거다. 그 흰 반소매에 묻어버린 김칫국물 같은 거다. 닦으면 옅어지지만 문지를수록 점차 번져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 장마따위는 뚫고 아들에게 닿아 ‘엄마’의 사랑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낳은 이후로 30년 가까운 세월을 ‘엄마’와 ‘어머니’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본다. 전화를 할 때 '엄마’와 ‘어머니’라고 섞어서 사용하는 모습을 남들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엄마’와 ‘어머니’는 같지만 다른 거다. 그게 더 바르다고 생각한다. 오늘 선물 받은 홍차를 마시면서 생각해본다. 유치하지만 난 ‘엄마’도 좋고 ‘어머니’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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