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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18 18:34
칼럼 - 자근(自根) - 유주봉강도사
 글쓴이 : 담임
조회 : 975  
작년 여름 한 꽃집에서 작은 열매들이 탐스럽게 달린 한라봉 화분 하나를 구입했다. ‘햇빛이 부족한 아파트에서도 열매가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한라봉을 수확할 수 있다는 욕심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식물들을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각각의 식물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식물은 햇빛을 좋아하고, 또 어떤 식물은 물을 좋아하고, 반대로 어떤 식물들은 물을 싫어하는 등, 각 식물마다 그 특성이 다르다. 처음에 경험이 없던 나로서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했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이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식물들은 물을 너무 주지 않아 죽이기도 했다. 무조건 잘해준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식물의 특성에 맞게 해줘야 했다. 목회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던 것 같다.

한라봉 나무를 구입하자마자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한라봉은 물을 좋아한다. 햇빛을 충분이 받아야 한다. 집에서 키우는 한라봉은 나무가 작기 때문에 꽃과 열매를 솎아 줘야 한다. 과실수는 거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등등의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처음 안 것은, 한라봉이 국내 품종이 아니라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이라는 사실, 그래서 한국 농가들은 한라봉 재배를 위해서는 로얄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알게 된 지식 범위 내에서 한라봉 재배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 집 베란다 조건이 한라봉을 키우는데 나쁘지 않았나 보다. 한라봉 나무와 그 나무에 달려 있던 열매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이렇게 열매 맺는 나무는 두 개의 탐스러운 한라봉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줄 곧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그리고 열매 맺는 삶이 주인에게 큰 기쁨이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주었다. 내가 다른 식물보다, 이 한라봉 나무를 특별히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철쭉 등 꽃이 피는 계절이 돌아 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집 한라봉 나무만은 4월, 5월이 다 됐는데도 꽃이 피질 않는다. 꽃이 피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사실 나는 올해, 한라봉 나무에게 은근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두 개였으니, 올 해에는 세 개정도는 맺겠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꽃이 피질 않는다.

 인터넷을 찾고 또 찾아보았다. 그런데, 그 원인으로 ‘자근(自根)’이라는 생소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스로 만든 뿌리”라는 뜻이다. 사실 한라봉은 한라봉 원 나무에 탱자나무 뿌리를 접붙여서 만든 품종이다. 가장 맛있고 좋은 과실을 맺을 수 있는 조합이라고 한다. 한라봉 나무는 아열대 나무로, 그 가지에서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습성이 있다.

동남아 여행을 하다보면, 나무에서 뿌리가 나와 땅 속으로 들어간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자근이라고 한다. 곧 한라봉 나무는 접붙여진 탱자 뿌리가 아닌, 스스로 뿌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자란 자근은 점점 왕성해 지는 반면, 접붙여진 탱자뿌리는 점차 쇠퇴해 죽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자근이라는 놈은 성장에만 관심이 있지, 꽃과 열매를 맺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설령, 열매를 맺는 다해도 본래의 맛좋은 한라봉이 아닌 상품성이 떨어지는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자근 때문에 한라봉을 재배하는 농가들은 매년 큰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자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접붙여진 부위가 흙에서 10Cm 정도 위에 심어, 애초에 자근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해야 한다고 한다.

자근 사건을 통해, 한라봉 열매 보다 더 큰 깨달음의 유익을 얻었다. 우리는 우리의 옛 본성(쓴 뿌리)이 잘려나가고, 새로운 뿌리인 예수 그리스도께 접붙임을 받은 새로운 피조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그리스도께 붙어있기 보다, 나의 뿌리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열매가 그 것을 말해준다. 만약 주님께 붙어 있다면, 나는 “사랑, 희락, 화평, 온유, 절제, 자비, 양선, 충성, 오래 참음”과 같은 “예수님의 성품의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나는 열매를 원하는 농부이다. 후속 조치로 땅을 파고, 최대한 위에 생겨난 자근처럼 보이는 뿌리들을 제거 했다. ‘내년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겠지?’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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